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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영웅 이야기였기에 약간 아쉬운

 
 소문이 자자했던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를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이 영화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유달리 회자되는 이유도 얼핏 느낄 수 있었지요.

 브이 포 벤데타의 무대가 되는 곳은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차이'가 '차별'로 전락한 사회라고나 할까요. '동성애자'나 '코란'처럼 집권자의 사상에 어긋나는 것들과 관련된 사람들은 용납없이 '처형'됩니다. 거기다가 '방송'은 통제되어 집권자가 원하는 내용을 담은 조작된 뉴스만이 사람들에게 전달됩니다. (물론 사람들이 그런 걸 보면서, 저걸 누가 믿어? 하는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희망'은 이어질 수 있었지만요.)

 그런 통제되고, 억압된 사회에 V는 말 그래도 '영웅'처럼 나타납니다. 그는 집권자의 억압을 대변하는 성벽이라는 상징물을 부수며 화려하게 등장해, 그 후 1년 뒤 봉기까지 '거의 혼자서' 모든 일을 착착 진행시켜 나갑니다. 물론 이런 시원한 전개는 참으로 속이 풀리긴 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어떤 영웅이 등장해, 오래된 폐습이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잘못된 정책이건 다 무너뜨려 버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만큼요.

 하지만 그것이 현실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V의 영웅적인 활동은 하나의 공허한 판타지, 혹은 영웅담에 그쳐버리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현실이 너무도 부정적일 때 영웅담은 성행을 합니다. 실제로 우리도 일제 시대에 '이태리건국삼걸전'이니 '애국부인전'이니 '을지문덕', '이순신전', '천개소문전' 등 많은 영웅담이 난립했지요. 하지만 근대에 와서는 한 명의 인물이 아무리 뛰어나니 어쩌니 해도, 근대를 이루고 있는 무수히 많은 부분에 나타나는 모순을 혼자서 해결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죠. 시대를 이루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변화는 있기가 힘들달까요. 그런 점에서 V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웅적인 행위가 조금은 공허하게 비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좀 아쉬웠던 걸 찾자면, (위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아무리 봐도 민중, 혹은 소시민을 상징하는 듯한 이비를 '계몽'하는 것이 거의 V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영화 말미에 거리로 나와서 군대를 향해 걸어가는 것도, V가 없었으면 행해졌을까 하는 느낌마저 들지요.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집권자가 독재하는 것과 다름없는 그 모순 자체에서 비롯되었기는 했지만, 모순을 인식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V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아서 아쉽달까요. 정리하자면, 개인적으로 원했던 풍경은 V가 없어도 이런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그런 필연성을 원했달까요. (뭐, 그렇게 되었다면 잘 표현하지 않는 이상 현실성이 더욱 떨어질 수도 있었겠지만서도요.)

 계속 아쉬운 점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실제로 영화를 볼 때는 무지 즐겁게 보았답니다. 여러 모로 현재 우리 상황에 겹치는 이야기도 많고, 마치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연상시키는 그 전개도 퍽 재밌었고요.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몰려나왔을 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답니다. (전 무기력하고 약하게만 보였던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에서 이상할 정도로 장엄함을 느낀답니다.)

 별로 상관없는 뱀발) 'Up'을 보고 싶었는데, 주변에 있는 상영관에는 전부 내려서 볼 수가 없군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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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의전령 | 2009/08/21 17:21 | 가끔 보는 영상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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